"처음부터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와 걱정이 많았다. 심지어 아내도 '왜 이런 걸 해서 고생을 하냐'고 했다. 말할 수 없는 고통 끝에 나온 결실이다. 한컷 한컷에 노고가 담겨서 잊지 못할 것 같다. 만드는 동안 참 행복했다."(EBS 한상호 PD)

"공룡이 발을 디딜 때 조금 어색한 점은 아쉽지만 세계적인 기술에 가까웠다고 자부한다. 앞으로도 이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100명 가까운 스태프가 1년간 피땀 흘려서 만들었다"(공동제작한 올리브 스튜디오 민병천 총감독)

"세계 최고 수준의 다큐를 만들고 싶었다. 제작 여건이 많이 어렵지만 기적을 만들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반도에 많은 공룡들이 살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EBS 김유열 편성기획팀장)

"다큐 전체분을 오늘 처음 봤는데 다소 흥분했다. 굉장히 영광이다."(자문맡은 전남대 허민 교수)

   
  ▲ EBS <한반도의 공룡> 극장 시사회에 참석한 관계자들. 왼쪽부터 김유열 EBS 편성기획팀장, 한성호 PD, 민병천 올리브 스튜디오 총감독, 허민 전남대 교수 ⓒEBS  
 
 

힘찬 도전의 결과물이기 때문일까. 19일 오후 3시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EBS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4명의 관계자들은 표정이 다소 상기돼있었다. 상기된 그들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가 연이어 터졌다.
 
'50억 규모의 제작비와 1년여 제작기간' '아시아 최초 공룡 다큐' '화려하고 섬세한 순수 국내 CG기술' '뉴질랜드 올로케이션' 등 <한반도의 공룡>을 둘러싼 화려한 수식어 답게 극장 시사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자리에 미처 다 앉지 못해 뒤에 서서 보는 사람들도 수십명 된 듯했다.

 

과연, 8천만이 부대끼며 삶을 살아내고 있는 이곳 한반도를 뛰놀던 공룡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한반도의 공룡>은 상상속에만 존재했던 토종 공룡을 스크린으로 이끌어내며 시청자들에게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형식 역시 주인공 공룡(점박이)을 중심으로 드라마화한 '드라마 다큐멘터리'인 덕분에 '보는 재미'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킨다.

   
  ▲ 타르보사우루스 종류인 '점박이'  
 

옆집 개도 아닌데, 공룡 이름에 왜 '점박이'라는 친숙한 이름을 붙여주었을까. 제작진들은 토종 공룡에게 캐릭터를 부여하기 위해 여러 궁리를 한 끝에 공룡 머리에 점을 박고, 토속적인 '점박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단다.

하지만 점박이는 토속적인 이름과 달리 8천만년 전 한반도를 뛰놀던, 가장 무시무시했던 육식공룡인 타르보사우루스. 머리 크기만 해도 1.5미터요, 몸길이는 자그만치 12미터다. 가히 '대두' 이자 '괴물'이라고 할 만하다. 그래도 화면에 나오는 점박이의 모습은 두 달 정도까지는 나름대로 귀엽다. 울음소리도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표효하는 소리가 아니라 '빽빽' 정도다.

냉혹한 숲의 세계에서 겨우겨우 살아남은 점박이(밑에 동생 둘은 다른 공룡들한테 잡아먹히는 등 낙오됐다). 시간이 흘러 점박이는 사랑하는 암컷도 만난다. 만난 직후 이 둘 사이에 암컷을 노리는 경쟁자도 나타난다. 점박이는 암컷을 노리는 경쟁자를 강력한 꼬리로 넉다운시켜, 결혼(?)에 골인한다. 이후 점박이 부부는 숲을 헤치며 함께 사냥에 나선다.

이 다큐의 클라이맥스는 바로 점박이 부부 새끼들이 다른 공룡에게 잡아먹히는 부분. 그렇지 않아도 공룡을 멸종으로 이끌었던 대폭발이 조금씩 진행되는 탓에 점박이 부부는 새끼를 2마리밖에 낳지 못했는데 다른 공룡이 이 마저도 잡아먹어버리는 것이다. 자기 새끼를 잡아먹는 장면을 목격한 점박이는 무표정이지만 가슴만은 무너져내린다. 눈에 넣어도 안아플 새끼를 낼름 삼켜버리는 상대 공룡을 바라보며 점박이는 포효하고 원수(!)와의 싸움에 들어간다. 점박이의 생사를 결정짓는 결투다.

상대는 '숲의 검객'이라 불리는 테리지노사우루스. 테리지노사우루스는 영화 <가위손>을 떠올리게 하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점박이를 때리고 할퀸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당하던 점박이는 상대의 목을 물어뜯는 절호의 공격으로 상대방을 쓰러뜨린다.

   
  ▲ 테리지노사우루스(왼쪽)와 친타오사우루스  
 

그렇게 '한방 공격'으로 점박이는 승리했다. 하지만 암컷은 점박이가 자기 새끼를 잡아먹은 상대 공룡과 싸우느라 큰 상처를 입고 쓰러지자, 점박이보다 건강한 수컷을 찾아 미련없이(?) 떠나간다. 이 다큐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이다. 사랑하는 배우자(?)가 원수를 죽이느라 치명적 상처를 입고 쓰러졌는데, 보다 건강한 수컷을 찾아 떠나가다니? 물론 공룡의 심리가 어찌 인간과 같겠냐만은, 잔인하고 무미건조한 공룡의 세계에 몸서리가 처진다. 

결국 포유류 시대가 열리기 전 이 땅을 살아갔던 점박이는 자신이 커왔던 대지 위에 쓰러져 죽는다. 홀로 남겨진 점박이의 눈에는 아름다운 별이 비치고, 다큐는 끝난다.

점박이의 드라마틱한 인생과 함께 이 프로그램의 또다른 재미는 다양한 종류의 괴상한 공룡들이다.

"백악기의 돼지"라 불리는 프로토케라톱스는 몸길이 2미터의 초식공룡인데, '돼지'라는 별명과 어울리지 않게 주둥이는 앵무새 부리처럼 생겼다. 이따금 흙위에서 뒹굴며 목욕도 하는데, 조금 귀엽다.

'해남이크누스'는 허민 교수가 전남 해남군 산이면 우항리에서 발견한 익룡 발자국 화석에 대해 학명을 부여받아 새로운 종으로 등재시킨 토종 공룡. 프로그램에 나오는 공룡 중 가장 멋지다. 공룡이지만 하늘을 나는 인간의 모습처럼 느껴질 정도로 우아하고 아름답다. 지상에서 공룡들이 서로 잡아먹고 먹히느라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데 반해 해남이크누스는 자유롭게 날아다니다가 땅에 내려와 가재, 지렁이, 조개, 죽은 공룡 따위를 먹고 하늘로 다시 날아오른다. 자유로운 그 모습이 멋질 수밖에 없다.

   
  ▲ 해남이크누스(왼쪽)와 부경고사우루스(오른쪽)  
 

몸길이 23미터, 무게 60여톤에 이르고, 하루에 350킬로그램이나 되는 식물을 먹는 '토종 거대공룡' 부경고사우루스도 경남 하동군에서 발굴된 뼈를 토대로 재현된 것이다.

또, 머리에 볏이 달린 친타오사우루스라는 공룡도 있다. 닭을 연상케 하는 친타오사우루스는 약간 바보스럽다. 순한 성질을 지닌 친타오사우루스는 볏에서 나오는 트럼펫 같은 소리로 동료들과 연락한다.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한반도의 공룡>에서 다소 아쉬운 점은 어색한 CG기술과 단선적인 이야기 구도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라곤 하나 실사 촬영한 뉴질랜드 자연과 한반도 토종 공룡이 가끔씩 한 데 녹아들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또, 점박이의 일생이 담겨졌다고는 하나 암컷과 만난 일 외에는 그다지 특별한 게 없다. '드라마 다큐멘터리'라는 새로운 장르에 걸맞게 더욱더 풍부한 공룡 이야기들로 채워졌더라면 훨씬 더 재밌지 않았을까.

EBS의 야심작 <한반도의 공룡> 3부작은 24일부터 26일까지(밤 9:50~밤 10:40분) 시청자 여러분의 곁으로 찾아간다. 토종 공룡들이 뛰노는 8천만년 전 한반도를 마음껏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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